서울 광진구에 사는 O씨는 2002년 충남 서천 소재 땅 8264㎡(2000평)를 3.3㎡당 5만원에 매입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된 지방도로변에 붙은 야트막한 임야였다. 잘 아는 지인이 소개한 땅이라서 현장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들였다.
그는 잔금을 치루고 몇 달 뒤 현장을 가보고서야 땅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매입한 산(임야) 속에 묘지가 무려 3기나 있었던 것이다.
묘지 있는 땅 구매는 각별히 조심해야
묘지가 있는 땅에 대한 투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땅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묘지를 임의로 개장·이장할 수 없는 '분묘기지권'이라는 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땅은 주변보다 가격이 싼 게 특징이다.
연고자가 묘지 이장을 승낙해 주지 않을 경우 사실상 토지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핸드캡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경우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하였거나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지 못했더라도 분묘 설치 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했을 때다. 또 자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타인에게 토지를 처분하며 분묘에 관한 특별한 특약을 맺지 않은 경우에도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
이 때문에 임야를 살 때는 반드시 현장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꼭 필요해서 묘지가 있는 임야를 굳이 사려할 경우라면 이장 가능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장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다. 다행히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는 묘지라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매도·매수자 중 누가 이장비를 부담할 것인지를 정하기만 하면 된다.
이때 이장 비용에 대한 내용은 계약서상에 반드시 특약사항으로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땅 매도자가 이장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맺는 것도 방법이다. 통상 이장 비용은 기당 300만원 안팎이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경우라면 절차가 조금 복잡해진다. 이때 묘지가 다행히 무연고라면 해당 자치단체에 신고한 뒤 중앙 일간지와 지방 일간에 3개월에 걸쳐 각각 2회(총 4회) 이상 개장공고를 내면 된다.
그래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치단체에 개장 허가를 받아 개장한 뒤 유골을 납골당 등에 안치한다.
연고자가 있는 묘지일 경우 연고자와 협의를 통해 이장을 추진한다.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고자의 허락을 받아 분묘를 이장한다. 이때 이장비는 땅주인이 부담하는 게 관례다.
연고자와 협의가 어려운 분묘기지권의 경우 뾰족한 방법은 없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땅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사정상 급히 땅을 개발해야 하는 경우라면 포기하는 게 좋다.
주변 마을 원로 방문해 분묘기지권 여부 확인
그렇다면 어떻게 분묘기지권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까.
땅을 계약하기 전에 주변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탐문해 보는 방법이 있다. 이때 마을 원로 축에 드는 나이 지긋한 주민이라면 보다 소상한 정보를 캐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땅은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다. 묘지 연고자가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경우 땅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연고자를 만나 묘지 이장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좋은 땅을 싸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