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사는 강명숙(55․교사)씨는 '미니 별장'에서 지내는 주말이 즐겁다. 경기도 가평군 유명산 자락에 지은 이 집은 건축 연면적 33㎡짜리 목조 주택이다. 소규모지만 생각보다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다.
목 구조로 벽체가 얇은 데다 공용면적으로 빠지는 공간이 거의 없어 동일 평형의 아파트에 비해 실평수가 넓다. 내부 평면도 아파트와 비슷한 거실 겸 주방, 방, 화장실로 계획해 편리성을 높였다.
2000만~4000만원이면 전원주택이 내 품에
강씨가 이 집을 짓는 데 들인 비용은 3000만원(땅값 별도) 선이다. 그는 "주말마다 머물며 채소를 길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요즘 주변에 이런 소형 전원주택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전원주택 시장에 30㎡대의 소형 주택이 인기다. 땅값을 제외하면 주택 마련 비용이 2000만~4000만원 선으로 비교적 싼 데다 간편하게 지을 수 있어서다. 또 이런 규모는 수도권(또는 광역시) 이외 지역에 들어서면 1가구 2주택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에 짓는 10평 이하의 소형 주택은 농지보전부담금(공시지가의 30% 선)을 50% 감면해 주고 있다.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는 외지인이 비도시 지역에서 주말농장 등의 용도로 매입한 1000㎡ 미만의 땅이다.
전원주택 건축 관련 규제가 덜했던 2~3년 전에는 펜션을 겸한 132~192㎡대의 중대형의 수요가 많았으나 요즘은 소형이 주류를 이룬다. 수요자들이 까다로운 인허가와 세금 부담을 피해 전원주택을 33㎡대의 실속형으로 짓는 것이다.
예전에는 본채에 딸린 부속채 역할에 그쳤으나 요즘엔 당당히 주인 대접을 받고 있다.
소형 전원주택은 자재 주문에서 완공까지 소요되는 기간(1~2개월)도 132㎡대(2~3개월)에 비해 짧은 게 장점이다. 대형에 비해 관리하기가 쉽고, 유지.보수에 대한 비용 부담도 덜하다. 소형 전원주택은 규모가 작은 만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수요자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33㎡짜리 목조주택을 짓는 데 드는 비용(땅값 별도)은 대략 4000만원 선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19~23㎡는 2000만~3000만원에 지을 수 있다. 동일한 자재로 148㎡짜리 목조주택을 짓는 데는 1억4000만원가량이 든다.
싸고 설치 간편해 인기가 많은 ‘소형 모듈러주택’
소형 모듈러 주택도 인기다. 공장에서 이동식 소형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하는 바닥면적 20∼66㎡의 주택을 말한다. 건축 공정의 대부분이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반 주택과는 달리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전체 공정의 80∼90% 정도를 사전 제작한 뒤 구매자가 원하는 설치장소로 옮겨 고정하는 방식으로 짓는다.
모듈러주택이 인기인 것은 벽체·배관배선·마감 등 건축의 대부분이 실내(공장)에서 이뤄져 제작 기간이 짧고 설치가 간편하다는 점 때문이다. 현장에서 설치를 하여 입주를 하는데 까지 열흘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제작기간이 짧은 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기존 현장 건축식 전원주택보다 가격이 20∼30% 정도 싸다. 집 크기가 작다고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 내부 평면이 대부분 아파트와 비슷한 거실 겸 주방, 방, 화장실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이동과 설치가 쉽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동식 모듈러주택의 공급도 급격히 늘고 있다. 전원주택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방갈로·농막 제조업체까지 포함하면 전국에서 200여개 업체가 1년에 4000∼5000동의 이동식 모듈러 주택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듈러주택 전문업체인 하루홈 이영주 사장은 "경기도 양평·남양주·가평 등의 도로변을 따라가다 보면 이동식 전원주택을 전시해 두고 파는 업체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기존 전원주택 전문 건축 업체들도 중대형 전원주택의 문의가 줄어들자 바닥면적 20∼60㎡의 공장제작식 모듈러 주택 제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DIY(Do It Yourself)'형 전원주택도 인기 고공행진
'DIY(Do It Yourself)'형 주택은 자재를 미리 공장에서 가공해 묶음 단위로 판매한다. 수요자는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진 집을 그대로 현장에 가져와 고정하면 된다.
한 전원주택 전문 업체는 36㎡짜리 DIY형 통나무주택을 3000만원 선에 공급하고 있다. 집을 직접 지어보는 재미 때문에 주로 30~40대 연령층이 많이 찾는다.
요즘엔 비용 절감을 위해 전문업체에 시공을 맡기지 않고 손수 짓는 실속파도 부쩍 늘었다. 경기도의 한 주택전시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10평형대 목조주택 건축법을 교육하는 강모 씨는 "주말반은 항상 정원(10명)을 넘긴다"며 "교육 수료 후 직접 지으면 비용을 15%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원주택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외지인이라도 500㎡ 이하의 농지를 살 수 있다"며 "건폐율 20%를 적용하면 330㎡만 전용해도 20평형대까지 지을 수 있어 미니 전원주택이 인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주말․체험 영농용'이라도 도시 지역이나 계획관리구역 내 농지는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주택이라도 건축 관련 인허가 절차는 거쳐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