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용어인 '블루칩'은 토지시장에서도 거리낌 없이 쓰인다. '칩(chip)'은 포커 판에서 돈 대신 사용하는 둥근 형태의 플라스틱 조각이다.
여기에는 흰색·붉은색·파란색의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파란색이 가장 고가로 사용되는데서 유래된 용어가 바로 블루칩이다.
시대별로 모습을 달리하는 '블루칩' 토지
주식시장에서 블루칩은 우량 종목을 뜻한다. 토지시장에서는 부동산 환경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높은 수익을 안겨 주는 땅을 말한다. 정부의 토지 정책․제도 변화 등의 수혜효과를 한 몸에 받는 종목이 많다.
이에 따라 토지시장의 블루칩 종목은 시대별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1970년대 산업화 이전의 농경사회에서는 전답이 최고의 땅으로 꼽혔다. 특히 다른 논밭보다 생산량이 월등히 많은 문전옥답의 인기가 높았다. 이때 문전옥답은 경기 변동에 상과없이 가장 비싼 가격에 매매됐다.
70∼80년대는 대도시 주변의 농지와 임야가 블루칩으로 꼽혔다. 급속한 산업화로 개발 압력이 높아지면서 하루아침에 땅값이 서너 배 이상 뛰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70년 서울 강남 개발은 수많은 부동산 부자를 배출시켰다.
80년대 들어 산업단지․항만․도로 등과 같은 대형 기반시설 투자는 전국에 졸부들을 수도 없이 낳았다. 그야말로 자고 나면 땅값이 폭등하던 시절이었다.
90년대 중반은 준농림지가 토지시장을 주도했다. 준농림지는 '보전을 주로 하되 개발이 허용되는 땅'이다. 농사나 산림 조성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전용허가를 거치면 아파트·전원주택·공장 등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준농림지는 용적률 100%, 건폐율 60%를 적용받지만 얼마든지 택지․공장용지 등으로 용도변경을 할 수가 있다.
이 때문에 당시 전국적으로 준농림지 투자 붐이 일었다. 특히 대도시 인근 준농림지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3.3㎡당 4만~5만원하던 수도권 준농림지의 경우 불과 3년 새 2~10배까지 뛰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관리지역 땅이 대세
2000년대 초반에는 관리지역과 지방 땅이 대세였다. 관리지역은 옛준농림지와 준도시지역을 합친 것이다. 정부는 2003년 종전의 농림·준농림·도시·비도시·자연보전환경지역으로 돼 있던 국토 용도체계를 도시·관리·농림·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전환하면서 관리지역을 신설했다. 관리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쉬워 준농림지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지방 땅도 마찬가지.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운 노무현 정부가 지방 이곳저곳에 행정수도,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엔 어떤 땅이 블루칩으로 꼽힐까.
첫째는 공장·물류창고를 지을 수 있는 수도권 땅이다. 최근 수도권에 공장과 물류창고 부지의 희소가치가 커지면서 수도권에 이런 땅이 품귀현성을 빚고 있다.
둘째는 2008년 이용 규제에 풀려난 준보전산지, 농업보호구역 등이다. 이들 땅은 관리지역 수준으로 규제가 풀리면서 쓰임새가 많아져 시장 침체기인 요즘에도 땅값이 호가를 기준으로 상승세다.
셋째는 연접개발 제한에서 풀려난 수도권 임야·농지다. 정부는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하던 이들 지역의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규제 대상에서 풀려난 땅은 가격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