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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지 않는 땅, 주말농장 조성 임대...‘시세차익’보다는 ‘임대수익’

by 블루델리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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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은퇴한 손모(60)씨. 그는 2001년 충남 서산에 9만9000㎡(3만평)의 땅을 경매로 5억원에 낙찰받았다. 


해안가와 바로 붙어 있는 잡종지였다. 이 땅은 한때 펜션단지 등의 개발 붐을 타고 15~20억원을 호가했다. 

 

노후자금으로 내놓은 땅, 팔리지 않아


은퇴를 앞둔 2008년 가을, 손 씨는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이 땅을 15억원에 내놨다. 하지만 땅을 보러 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때마침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토지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손 씨는 할 수 없이 매도 희망가를 10억원으로 낮췄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흥정을 붙여 오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땅값을 터무니없이 깎으려고만 들었다. 


고민 끝에 손 씨는 땅을 펜션단지로 개발해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분양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뜻을 접었다. 부지 주변에 펜션 공급 과잉의 후유증이 심했다. 


여기에 땅이 가진 약점도 컸다. 바닷가와 인접해 여러 가지 규제가 중첩돼 있었던 것. 땅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는 핸디캡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땅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손 씨에게 해결의 실마리가 될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09년 봄 무렵이다. 손 씨 소유 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한 카라반 전용 캠핑장 개발업체가 손 씨에게 땅을 빌려달라고 제의해 온 것이다. 


캠핑장 개발업체가 손 씨에게 제시한 월 임대료는 300만원. 고심 끝에 손 씨는 업체와 토지 임대차 계약서를 썼다. 1년치 임대료 3600만원을 선불로 받는 조건이었다. 대신 전기․통신 부설, 지하수 개발 등은 손 씨가 비용을 대기로 했다. 


캠핑 카라반은 내부에 침대·화장실·샤워실·주방 등의 모든 숙박시설이 갖추어진 자동차 모양의 트레일러다.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00년 초반이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레저시설이다. 

 

미국에만 무려 4만5000여개가 카라반 전용 캠핑장이 있다. 국내에는 10여 전에 도입된 뒤 현재 펜션이나 콘도를 대체하는 레저숙박시설로 조금씩 인기를 모아가고 있다. 


땅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 많았던 손씨는 “매년 고정적인 임대료를 챙길 수 있어 만족한다”며 “나중에 토지시장이 회복되면 그때 매각 여부를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땅을 사고팔아 이익을 챙기는 ‘시세차익’형 땅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임대수익’형 개발로 눈을 돌리는 땅주인이 늘고 있다. 2006년 토지 실거래가 신고제, 비업무용 토지 양도세 중과 등의 토지 관련 각종 규제가 쏟아지면서부터다.


임대수익형 토지 상품은 시장 침체로 팔리지 않는 땅을 놀리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를 놓아 매달 고정적인 지료(地料·지상권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로 토지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금전)를 챙기는 게 골자다. 

 

땅 소유권은 땅 주인이 갖는 대신, 임차인은 땅에 대한 사용권만을 갖는 형태다. 

 

[사진 Pixabay]

 

주말농장 임대해 연 4500만원 임대수익 챙겨


대표적인 임대수익형 상품이 클라인가르텐이다. 클라인가르텐은 땅(495㎡)과 주택(28~50㎡ 정도)이 함께 나오는 체재형 주말농장이다. 땅만 나오는 일반 주말농장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주말주택과는 달리 분양형이 아닌 임대형 상품이다. 클라인가르텐의 임대료는 연간 300만~400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 게다가 임대 보증금이 없다. 


2008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클라인가르텐은 저렴한 비용으로 전원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수요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도가 2009년 2월 화성시 서신면 등 5곳에서 25가구를 분양했는데 129명이 신청해 평균 5.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임대료 입찰가(1년치)로 최저 임대료(400만원)의 4배에 달하는 1500만원을 써 낸 신청자도 있다.


본고장인 독일의 경우 400만개의 클라인가르텐이 공급돼 도시민의 농촌 체험 휴가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적인 ‘임대수익’형 토지 상품인 일반 주말농장(농촌체류형 쉼터)의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9년 8월 서울 강동구청이 둔촌동 일대 사유지 6411㎡를 개발해 임대한 주말농장은 분양을 시작한지 10분 만에 226개 구좌가 모두 주인을 찾았다. 

 

이 주말농장의 계좌당 임대료는 연간 5만원이다. 개인이 자신 소유 땅을 개발해 분양하는 민간 주말농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이나 강원 횡성․홍천․파주 등에서 나오는 민간 주말농장은 임대가 잘 된다. 

 

민간 주말농장의 연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구좌당 연 5~15만원이다. 300평을 전답이면 연 1500만~4500만원의 임대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임대수익형 토지 상품 공급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주5일 근무제 정착으로 농촌 체험형 레저휴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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