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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사, 알짜 땅을 놓치다니...진흙 속의 진주 '개간임야'

by 블루델리 202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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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단지를 주로 개발하는 J업체의 J 사장은 도심 주변지역에 빌라·연립 등을 지어 돈을 번 사람이다. 

 

갈수록 개발 가능한 땅이 줄어들어 고민이던 그는 얼마 전 아는 중개업자로부터 용인에 괜찮은 땅이 나왔다는 말을 전해 들었었다. 


당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중개업자가 소개한 땅은 얼핏 보아도 괜찮아 보였다. 부지가 2차선 지방도와 직접 접해 있는데다 고저차가 전혀 없는 평탄(平坦) 지형이었기 때문이다. 덩치도 고급 빌라단지로 개발하기 딱 좋은 7만㎡였다. 

 

무엇보다 땅값이 3.3㎡당 100만원으로 싸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진 Pixabay]

 

뒤늦게 '대어' 놓치고 땅 치고 후회


그런데 인허가가 문제였다. 산지관리법상 임야는 농지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땅 면적이 3만㎡를 넘으면 기본적으로 개발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다른 조건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으나 인·허가에 결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며칠 동안 매입 여부를 고민하던 J씨는 결국 땅 매입을 포기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J사장은 우연히 문제의 땅 인근의 한 중개업소에 들렀다가 자기도 모르게 “아뿔사! 대어를 놓쳤구나.”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중개업소 사장이 지나가는 말투로 툭 던진 한 마디가 귀에 아프게 꽂혔기 때문이다. 


 “그 땅이 예전에 개간(開墾) 허가를 받은 땅인데….”


부랴부랴 지주에게 연락을 했으나 이미 땅은 다른 작자에게 넘어간 지 오래였다. 운수업을 크게 하는 어떤 지방부자가 ‘이게 웬 떡이냐’며 이미 날름 접수해버렸던 것이다. K씨는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했으나 이미 버스는 지나간 다음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그 땅은 원래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전쟁에서 다친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모여들면서 ‘상이군인 자립촌’으로 사용하던 부지였다.

 

이들이 집단 정착촌을 이룬지 10년 뒤인 1960년대 초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다시 버려진 땅이 됐다. 


그러던 중 1965년 당시 소유주였던 이 모씨가 정착촌 당시 거주자들이 밭을 일구던 일에 착안해 용인시에 정식으로 개간허가를 신청했다. 

 

그렇게 해서 10만9100㎡에 대해 개간허가를 받은 이씨는 같은 해 산림훼손과 평탄작업을 끝내고 개간준공을 끝냈다. 이씨는 밭으로 변한 넓은 들판에 채소를 심어 서울에 내다 팔았다. 

 

등록전환 통해 지목변경 가능


그러던 중 1966년 이 땅의 소유권이 당시 마을주민이었던 임 모씨에게 넘어가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개간허가를 받은 이씨가 등록전환을 하지 않아 서류상 지목이 그대로 ‘임야’로 남아있었던 것. 


이 땅과 같은 개간 임야의 장점은 ‘등록전환’ 절차를 통하면 지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등록전환’이란 임야대장이나 임야도에 등록된 토지를 토지대장 및 지적도에 옮겨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등록전환 절차를 거쳐 토지대장에 등재되는 임야를 ‘토임’이라고 하는데 ‘토지임야’를 줄인 말로 지적법상 정식 지목은 아니다. 


토임은 지목이 ‘임야’지만 임야대장이나 임야도가 아닌 ‘토지대장’과 ‘지적도’에 등재된다. 임야의 경우 대부분 면적이 크기 때문에 축적비율은 작은 편이다. 때문에 임야도의 축적은 6000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개간 임야의 경우 등록전환을 통해 ‘토임’으로 지목을 변경시키면 지적도에 등재되면서 축적이 6000분의 1에서 1200분의 1로 커진다. 


개간허가 및 준공을 받은 임야는 개발행위 면적제한이 대폭 완화될 뿐만 아니라 등록전환 절차를 통해 지목을 변경하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토지시장에선 진흙 속의 보석으로 불리는 '개간 임야'를 싸게 잡을 기회를 놓친 J사장은 굴러 들어온 호박을 걷어 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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